생태/환경

“생산과 소비 속도 줄이면 유익한 진보와 발전 이끌 수 있어"

민경화
입력일 2024-08-26 수정일 2024-08-27 발행일 2024-09-01 제 3407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생태환경 특집] 지속가능한 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핵발전, 4대강 개발, 신공항 건설, 케이블카 설치 등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여러 사업에 교회는 매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개발로 인해 당장은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파괴된 자연은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한 채 결국 더욱 많은 것들을 빼앗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인상적이고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룩했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되었으며 많은 생명체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기술과 힘으로 자연을 착취한다면 “괴물을 만들어낸 뒤 우리를 배반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자연을 착취한 발전, 괴물을 낳다

서울시는 8월 9일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해 신혼부부 주택공급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시급한 주택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의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 공원 녹지 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산의 곤돌라 사업, 탄천파크골프장 개발, 하천 제방의 나무를 베어내고 카페를 만드는 수변감성도시 사업 등을 지적하며 “오세훈 시장은 공원 녹지를 꾸준히 파괴해 왔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 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문제, 주거문제가 자연환경 보존만큼이나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그린벨트 중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무는 지구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린벨트를 확대해 녹색도시로 탈바꿈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1979년 29㎢였던 그린벨트를 2020년 415㎢로 확대했다. 그 결과 여름 기온이 최대 4도까지 낮아졌다. 반면 한국의 산지는 위기에 처했다. 1974년 이후 바다를 매립해 국토를 1650㎢ 늘리는 동안 각종 개발로 인해 산림 3430㎢가 사라졌다. 67.2%였던 산림률은 62.7%로 떨어졌다.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괴물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집이 없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택개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부흥할 수 있는 케이블카 설치, 싼값에 편리하게 전기를 만들어 내는 핵발전. 인간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개발논리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힘 그리고 그 의미와 한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Second alt text
올해 4월 수원 생태환경위원회 식목행사 '나무야 부탁해' 어린이 참가자들의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지속가능한 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꾸준히 핵발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한국교회는 2013년 10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발간하고 핵기술에 대한 입장을 집대성했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 “우리나라도 자손들의 생명권 문제라는 각도에서 핵 문제를 논의한다면 근본적으로 탈핵, 비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주교는 “핵발전은 예를 들어 도시인들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농어촌인들이 생명권을 짓밟히는 등 불의와 비윤리적인 문제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하고 인간을 죽이고 퇴보시키는 것은 결코 발전이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끊임없는 이윤추구의 구조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문명의 출발을 이어가야할 때”라며 현대사회의 최대 과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강조했다.

Second alt text
2013년 10월 17일 당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후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소책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교황은 “더 나은 세상과 전체적으로 더 높은 삶의 질을 이뤄 내지 못하는 기술과 경제 개발은 발전으로 볼 수 없다”며 발전의 개념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줄이면 개발이 뒤처지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진보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교황은 “천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기적으로 볼 때 또 다른 경제적 이익을 낳을 수 있는 투자가 된다”며 “시야를 넓혀서 보면 혁신적이고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는 다양화된 생산 방식이 유익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191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황은 삶의 질이라는 더욱 폭넓은 의미에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발전 방식을 찾으려는 용기와 책임, 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더 고귀하다고 강조하며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길 권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는 것은 강생의 믿음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