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올리브나무 아래

십자가는 부러져도

최용택
입력일 2024-08-09 수정일 2024-08-12 발행일 2024-08-18 제 340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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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부러져도>, The Wilderness East of Bethlehem, Palestine, 2005

모래바람에 녹슬어 부러진 십자가는

그냥 지나가지 않는 세월의 무게를 전하는데,

가릴 것 하나 없는 불타는 광야에 심어진

작은 올리브나무들은 오늘도 푸르게 자란다.

올리브나무는 땅속의 뿌리 하나하나가

지상의 가지와 핏줄처럼 이어져 있어,

실뿌리 하나라도 물기를 찾으면 온 힘으로

자양을 빨아올리며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낸다.

자신의 자리에 한 번 뿌리 내린 올리브나무는

아무리 작아도 시간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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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위 사진 작품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8월 25일까지 열리는 사진전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