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성당 순례

[수원교구 성당 순례] 중앙성당

이승훈
입력일 2024-11-11 수정일 2024-11-12 발행일 2024-11-17 제 341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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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향해 모은 두 손, 구원의 방주 힘차게 띄우는 빛이 되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장내로 116. 안양중앙시장을 마주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 자리에는 콘크리트 구조의 독특한 형상의 건물이 서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자태가 마치 겹겹이 절벽을 이루는 산의 모습 같기도 하고, 일단 건물의 웅장함이 주는 위용이 있다. 만약 이 건물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글귀가 없었다면,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을 듯하다. 바로 제2대리구 중앙성당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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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중앙성당 외관. 이승훈 기자

■ 기도하는 손과 방주

아마 중앙성당을 건물 외양만보고 성당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듯하다. 전통적인 성당의 건축양식과도 다르고, 현대의 다른 성당들의 모습에서도 유사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페라하우스처럼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유명 건축물이라는 느낌이 크다.

그러나 이 성당을 설계한 모티브를 생각하고 보면 성당건축이 지닌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중앙성당은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독일 화가 엘브레히트 뒤러가 그린 <기도하는 손>의 형상을 표현하는 건물이다. 너무 큰 크기 때문에 <기도하는 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성당 주위를 크게 돌아보니 손의 형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산이라고 생각했던 면이 가지런히 펴낸 손등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기도하는 손’ 형상화한 건물 외관
소외된 이들 위한 교회 역할 강조

구원·삼위일체 표현하는 성당 내부
일치돼 복음 선포하는 공동체 상징

두 손이 모여 있지 않은 듯 보이는 듯한 모습에 의아해하는 중 성당이 지닌 또 다른 형상이 보였다. 바로 구약의 대홍수 때 노아가 탔던 ‘방주’의 형상이다. 중앙성당은 하느님을 향한 교회의 모습인 ‘기도하는 손’이라는 이미지에 세상 안에서 구원을 위해 활동하는 교회의 역할을 상징하는 ‘방주’의 형태를 담아낸 형상이다.

마치 중앙성당에 모인 중앙본당 신앙공동체의 모습처럼 보인다. 본당은 1956년 안양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유치원을 세워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한 1971년 객지에서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노동자를 위해 세운 성당 맞은 편에 세운 근로자회관은 오늘날 가톨릭사회복지회관으로 이어와 여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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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중앙성당 대성당 내부. 이승훈 기자

■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성당 외양도 독특하지만, 성당 내부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중앙성당 내부는 기둥이 없는 노출콘크리트 방식으로 건축됐다. 현재는 노출콘크리트 형태의 내부 인테리어가 많이 익숙해졌지만, 1993년 기공, 1999년 준공한 중앙성당이 건축될 당시에는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었다. 그것도 이렇게 큰 규모의 성당 내부 전체가 노출콘크리트 공법으로 건축된 것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기도 했다.

성당 외양이 그랬듯 내부 역시 신앙적인 상징으로 가득했다. 특별히 제대 쪽에는 상징이 많다. 제대는 예수님의 무덤을, 성당 내부 벽의 주름은 예수님의 입었던 수의를 의미한다. 제대 좌우 벽면에 있는 거대한 십자가 형태는 예수님의 좌우에 세워진 십자가를 나타낸다. 이에 제대 곁에는 예수부활상이 세워져 있다. 제대 뒤로 세로로 길게 뻗은 스테인드글라스는 하늘로 향하는 구원의 길을 뜻하고, 제대 중앙 상부에서 내려오는 3개의 빛줄기로 삼위일체를 드러내고 있다.

제대만이 아니라 성당 내부 전체의 디자인을 통해 교회 공동체를 묵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성당 전체에 얽혀있듯이 감싸고 있는 격자 모양의 들보 형태는 포도나무 줄기를 상징하고, 그 들보 사이에 자리하는 마름모꼴들은 포도송이를 나타낸다. 바로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 5)라는 말씀을 성당 전체에 걸쳐 형상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성당이 그저 건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공동체가 한 몸을 이루는 일치가 하느님의 성전을 이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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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중앙성당 대성당 측면 입구.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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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성당 내 예수부활상, 최경환 성인 유해, 성모상. 이승훈 기자

중앙성당에 모인 공동체는 성당이 보여주는 것처럼 포도나무의 가지처럼 공동체를 이루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제대 왼편에 있는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를 보면 이곳 본당 공동체가 지닌 역사의 뿌리를 알 수 있다. 본당 공동체의 모태가 된 수리산 교우촌을 일궈낸 이가 바로 최경환 성인이기 때문이다.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아버지이기도 한 최경환 성인은 복자 이성례(마리아)와 자녀들과 함께 박해를 피해 수리산 기슭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 신자들이 모이면서 교우촌이 형성됐다. 최경환 성인은 신자들에게 훌륭한 신앙인의 표양을 보이다가 1839년 붙잡혀 순교했다. 최경환 성인이 순교한 후 수리산 교우촌 신자들은 수리산에 최경환 성인의 묘지를 만들고 신앙을 이어왔고, 그 공동체가 안양공소로, 또 안양지역의 첫 본당, 중앙본당으로 이어왔다.

중앙성당은 이처럼 특색 있는 건축으로 2003년 안양시에서 건축문화상을 받았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명 예술·건축 전문지들을 통해서도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중앙성당 건축의 진가는 건축에 담긴 의미를 살려 하느님께 기도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모습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