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페이’로 봉헌금을 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가톨릭페이는 가톨릭신자 앱 ‘가톨릭하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전자 지급 수단인데요. 아직 모든 본당에서 가톨릭페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가톨릭페이를 쓰는 본당이 늘고 있습니다.
가톨릭페이로 봉헌금을 낼 때는 가톨릭페이에 돈을 충전하고 봉헌할 금액을 설정해 둔 다음, 봉헌 바구니에 있는 QR을 찍는 방식으로 봉헌합니다. 현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봉헌금을 낼 수 있지요.
가톨릭페이로 봉헌을 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현금으로 봉헌을 할 때에는 직접 내야 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결국 모바일기기로 헌금을 하는데 꼭 제대 앞까지 나가야 하는 걸까요? 자리에 앉아서 터치로 송금해도 봉헌금이 전달되는 것은 같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전례 안에서 앞으로 나가서 봉헌을 하는 것과 온라인 송금으로 봉헌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봉헌 중 제대 앞으로 나아가는 봉헌 행렬은 하느님께 나아가 봉헌금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헌 행렬은 예물 준비 행렬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예물 준비란 그리스도의 성찬례를 위해 상을 차리고 빵과 포도주를 가져다 놓는 예식입니다. 예로부터 신자들은 성찬례를 위해 빵과 포도주를 준비해 왔습니다.
신자들은 빵과 포도주를 가져올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줄 선물도 가지고 모였습니다. 처음에는 물품을 가져오던 이 선물은 11세기경부터 돈으로 변화했는데요. 이것이 오늘날 봉헌금이 됐습니다. 이 봉헌금에는 우리를 부요하게 하시려고 가난하게 되신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마음이 담겼습니다.(2코린 8,9 참조)
그리고 무엇보다 성찬례를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제물을 봉헌하는 인간의 모든 노력을 당신 희생 제사 안에서 완전하게 하신다”며 “신자들의 삶, 찬미, 고통, 기도, 노동 등은 그리스도의 온전한 봉헌과 결합되며, 이로써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고 강조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50, 1368항)
결국 제대를 향해 나아가는 봉헌 행렬은 그저 빵과 포도주, 그리고 봉헌금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봉헌과 결합하게 될 우리 자신도 제대에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런 봉헌 예식은 미사가 참례한 모든 이의 희생 제사임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미사 중에는 봉헌 행렬 말고도 제대를 향해 나아가는 행렬이 더 있습니다. 사제와 부제, 봉사자들이 제대로 나아가는 입당 행렬, 복음 선포 전에 복음서를 독서대로 모셔가는 복음 행렬, 영성체를 하러 나아가는 영성체 행렬이 그렇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이러한 행위와 행렬은 각각의 규범에 따라, 알맞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우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44항)
이번 주일도 봉헌금을 잘 준비하셨나요? 현금으로 준비한 봉헌금이든, 가톨릭페이로 내는 봉헌금이든, 한 주간 우리가 겪은 모든 삶을, 우리 자신을 함께 봉헌하는 마음,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