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철학 연구 기반 다진 공으로 교회 안팎서 ‘거장’으로 인정
평생을 철학 발전과 연구에 헌신해온 정달용 신부(요셉·대구대교구 원로사목자)는 가톨릭교회는 물론 교회 밖 철학계에서도 ‘우리 시대 철학 거장’으로 불린다.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 신부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책 읽고,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해서 수고했다며 주는 상인 것 같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세기적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1889~1976)가 있었던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한 정 신부는 하이데거의 제자 베른하르트 벨테 신부(Bernhard Welte·1906~1983)의 지도로 철학을 공부했다. 정 신부는 은퇴하기 전까지 사제 생활 37년 중 30년을 후학 양성에 정성을 쏟았다. 은퇴 후에도 대신학원 도서관장직을 맡아 질 높은 연구자료 확보에 힘써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거기에 주로 힘을 썼습니다.”
30년간 매주 20여 시간 계속했던 철학 강의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저서를 탐독하고 연구에 매진해 온 정 신부. 그의 강의는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일상 표현을 빌려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 신부는 “사람들이 ‘알아들었다’라고 하는 말이 저에게는 보답”이라고 말했다.
모든 시대 철학 사조를 꿰뚫고 있는 정 신부는 그중에서도 ‘중세철학’ 영역에서 의미 있는 업적을 이뤘다. 정 신부는 1994년 한국중세철학연구소, 이를 토대로 2003년 한국중세철학회 창립을 주도했다. 두 단체는 당시 비교적 근·현대 철학에 집중됐던 한국 철학계의 사상적 흐름에 맥을 잇는 연구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문 학술지 「중세철학」을 발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해왔다.
정 신부의 중세철학 연구는 2007년 발표한 「중세 독일 신비사상」에서 빛을 발한다. 정 신부는 인간이 하느님과 하나 되는 길을 제시하는 중세 독일 신비사상의 핵심 가르침을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하고 분명한 표현으로 전달했다. 이 같은 업적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은 2007년 정 신부를 제11회 본상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정 신부의 연구 계획은 1971년 독일 유학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저는 하이데거와 벨테를 찾아가 ‘있는 것은 있다는 것을 말한다’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를 신학 영역에서는 ‘나는 어떻게 구원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이 질문을 붙들고 걸어갈 것입니다.”
■ 정달용 신부는
1939년 대구 출생.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에서 196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71년부터 1975년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으로 지내며 1990년부터 2년간은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2004년 정년 퇴임했다. 「그리스도교 철학」, 「중세 독일 신비사상」, 「중세의 여성 신비가」, 「마르셀과 하이데거」 등 다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