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희(마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한국교회 주교단 중 가장 젊은 40대 주교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서울대교구는, 말씀을 매개로 한 젊은이 사목과 미디어·홍보 분야에 능통한 새 목자를 맞이해 청년과 함께하는 사목에 더욱 힘을 실으며 ‘젊은 교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7월 8일 오후 7시 레오 14세 교황이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와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 명의주교(Titular Bishop of Elefantaria di Mauritania)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교황청 공식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도 발표됐다. 같은 시각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최 주교의 임명 소식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교구청 직원들이 자리에 함께해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 현직 주교단은 정 대주교와 보좌주교 4명 등 총 5명이 됐다. 한국교회 현직 주교는 대주교 3명, 주교 21명 등 총 24명으로 늘어났다. 원로 주교를 포함하면 추기경 2명, 대주교 7명, 주교 33명 등 모두 42명이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후 첫 공식 일정으로 8일 정 대주교를, 9일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어 13일까지 글레이손 데 파올라 소자 차관을 비롯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의 WYD 특별기획단 회의 등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을 소화했다. 최 주교는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성경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사목에 집중했다. 또한 2023년부터는 교구 문화홍보국장을 맡아 미디어 사목에 힘써왔으며, 이로 인해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열린 주교 임명 발표식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젊은 세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거듭 감사드린다”면서 “특히 젊은이들의 성서모임을 지도하시면서 청년성서 봉사자들과 신자들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사랑과 열정으로 돌봐주시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도 “(새 주교님과 함께)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또한 2023년부터 현재까지 교구 문화홍보국장과 홍보위원회 총무, 교구 대변인 등의 역할을 맡으며 교구 사목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해 왔다. 교구장의 사목 방침과 교구 사목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 앞으로 교구 운영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에게 “우리 교회에 큰일을 함께해 나가도록 하느님께서 최 주교님을 선택해 주심에 감사한다”며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 있듯, 주교로서 주교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최 주교는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부족하고 부족한 저를 위해서 다시금 기도를 청한다”고 전했다. 최 주교의 서품식은 8월 28일 오후 2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최광희 신부님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새 주교님으로 임명되심을 축하하며 새 주교님께 필요한 모든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침묵 속에 기도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기도로 시작된 최 주교의 임명 발표와 이후 모습을 전한다.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신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당 규모에 따라서 1보좌, 2보좌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본당은 잠시 3보좌 신부님까지 계셨던 기억도 납니다. 네, 서울대교구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주교는 마치 처음 본당 보좌신부 발령은 받은 새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하듯이, 주교로서의 첫인사를 전했다. 최 주교의 재치 있는 인사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게 맞지 않는 옷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신자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사회 곳곳의 아픔과 괴로움들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의 애달파 하시는 마음과 당신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며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예방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다음날인 9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 주교님이 나오셔서 더욱 기쁘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였을 때 특히 최 주교님이 희망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주교의 사제 서품 성구인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친필로 적은 성경책을 선물하며 “이 말씀처럼 주교님도 ‘세상 끝 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격려했다. 예방을 마친 최 주교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성당으로 이동해 제단 위에 안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7 서울 WYD’ 준비로 분주 만 47세로 한국 주교단에서 가장 젊은 최 주교는 임명 후에도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다. 최 주교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 함께 WYD 특별기획단 회의를 진행했다. 최 주교는 대표단과 함께하는 5박6일 간의 빼곡한 회의 일정에 더해 신임 주교로서의 여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서 2027 서울 WYD 준비에 함께해온 최 주교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주교 임명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곁에서 보면 최 주교님은 항상 주어가 ‘최광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교회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후배고, 또 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던 분인데,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생각했고, 존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인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최광희 주교 - “교회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 움직임 따라 동행할 것” “제 뜻이나 의지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교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들과 만나 듣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 주교는 주교 임명에 자신은 “합당치 않은 사람”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비쳤다. 그러나 “대주교님과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준비해서 갈 수 있는 직무도 아니고 오히려 더 청하고, 더 기도하고, 제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가는 자리라 생각했다”며 “당신께서 불러주셨으니 당신께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의 주교 직무에 있어 시노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노드 정신은 최 주교가 그동안 사목해 온 방식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는 시노드 정신으로 청년들과 함께해 왔고, 그를 통해 말씀을 살아낸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 주교 자신도 성장해 왔다. 최 주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이 제 몫은 아닌 것 같다”면서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동행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에 필요한 지혜와 방향성이 보이게 될 것이고, 그 길에 순종하면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한 자세로 ‘인내와 기다림’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교회의 모습은 효율적인 것보다는 혹시 늦어지고 무너지고 실패하더라도 동반하면서 성장해 나가길 기다려주는 모습일 것”이라면서 “꼭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 주교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함께해 나갈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가르침과 기도를 부탁했다. 최 주교는 사제단에 “신부님들이 얼마나 본인을 희생하고 사제로서 충실히 살기 위해 노력하시는지 늘 봐왔다”면서 “그래서 선배 신부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청하고, 동료·후배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정말 삶의 큰 힘과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길을 신자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의 재난이 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2일 발표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메시지에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 정의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신앙과 인간성의 표현이고,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놓인 쪽방촌. 이곳에서 ‘안녕하지 못한 여름’을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연대 현장을 소개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 쪽방촌에서는 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힘쓰는 이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사단법인 길벗사랑공동체(대표 김영민 유스티나, 지도 이재을 요한 사도 신부) 산하 ‘서울역 해피인 공동체’다. 길벗사랑공동체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다. 음식과 생필품을 나누고, 미용·의료·청소 봉사는 물론, 방문 상담과 예비자 교리, 정기 미사 봉헌까지 함께하며 이웃과 신앙 안에서 연대하고 있다. 막막한 여름…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정말 못 살겠어요. 나라에서 설치해 준 공용 에어컨은 리모컨을 누가 가져가 쓸 수도 없어요. 선풍기도 오래돼 바람이 시원치 않아요. 벌써 이런데 한여름 7, 8월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네요.” 윤혜정 수녀(스콜라스티카·살레시오 수녀회)와 봉사자 김미정(아델라이데·성수동본당) 씨가 찾은 김수인(가명) 씨의 단칸 쪽방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다. 김 씨 부부는 몸만 누일 수 있는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없냐는 물음에 김 씨는 두터운 겨울용 이불밖에 없다며 여름용 이불을 청했다. 봉사자들은 김 씨 집 외에도 서울역 곳곳 쪽방을 돌며, 더위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살폈다. 이날은 공동체가 쪽방촌 주민들과 점심을 나누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며 기온이 30도에 육박했지만, 봉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모여 음식을 준비했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마스크 속 숨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 없이 웃으며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자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은 서울역 인근 쪽방촌 곳곳으로 전달됐다. 이 음식 나눔은 길벗사랑공동체 산하 노량진 해피인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매주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물가 시대,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식사와 생필품 지원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가 운영하는 ‘동행식당’, 서울역쪽방상담소의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등을 통해 일부 식사와 식료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쪽방 주민 최인길(가명) 씨는 “’동행식당’이 있어서 그나마 한 끼는 해결되지만, 나머지 끼니는 어떻게 때워야 할지 늘 고민”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밖에서 사 먹기도 어렵고, ‘온기창고’의 물품은 금세 동나버려 결국 내 돈으로 사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 공동체에서 주는 도시락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라면, 즉석밥 등 저소득층이 자주 찾는 가공식품 위주의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 높다. 물가 상승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기도와 사랑의 빛으로 꽉 막힌 쪽방 문 열리길 “해가 갈수록 여름 더위는 점점 더 심해지는데, 쪽방 주민들은 에어컨도 없는 좁은 방 안에만 계속 머물려고 합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온열 질환 위험이 커져 건강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재을 신부는 불볕더위 속에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쪽방 주민들의 건강을 깊이 우려했다. 그는 이어 “방 밖 세상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랑이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그 말씀이 용기가 되어 문밖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요셉 형제님. 술 조금만 드시고, 이따 미사 때 꼭 오셔야 해요.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쪽방을 돌며 상담하던 윤혜정 수녀와 봉사자 김미정 씨는 기도를 마친 뒤 떠나기 전, 주민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했다. 이들은 쪽방 주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바로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언어라고 믿는다. 김 씨는 “쪽방에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의 빛이 깃들기를 바랄 때, 그 빛이 퍼져나가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들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주님의 기도’가 담긴 작은 간식 봉투를 전달하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는다. 이재을 신부는 월례 미사와 예비자 교리를 통해 영적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여름, 신앙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 겪는 사회 약자들 위한 봉사 문화 뿌리내려야 이재을 신부는 “본당 차원에서도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신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문화가 보편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가 본당 사회복지를 적극 지원하고,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용 에어컨 설치, 샤워 시설 운영 등 여름철 쪽방 주민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주거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복지 정책 덕분에 여름나기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쪽방이라는 근본적 주거 환경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주거권 실현을 위해서는 ‘선이주-선순환’ 방식의 공공개발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1년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획’은 2025년이 된 지금까지도 사업 첫 단계인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속 깊은 아들, 어느 사람이든 존중으로 대하던 어른, 가장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려 애쓰는 사제. 서울대교구 새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만난 이들은 최 주교의 삶이 ‘겸손과 배려가 녹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라는 말씀에 의탁해 사제의 길을 걸어 왔고, 또 주교의 길을 걸어갈 최 주교의 삶과 신앙을 들여다본다. 사제가 된 착한 아들 최 주교의 어머니 이연복(데레사) 씨는 최 주교가 어려서부터 “점잖고 어른스러웠다”라면서 “‘싫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부모의 관점에서 헤아리려 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라고 최 주교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어린아이라면 싫은 것도 있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최 주교는 투정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 최 주교는 도리어 부모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해 행동하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전주교구 숲정이본당에서 세례와 첫영성체를 받고, 성당을 다니면서부터는 더 반듯한 성품으로 성장해 나갔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예비신학생 모임을 다니며 성소의 씨앗을 키웠고,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며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최 주교가 딱 한 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일이 있었다. 바로 진로를 결정할 때였다. ‘사제가 되고 싶다’라는 최 주교에게 아버지 최동준(보나벤투라) 씨는 “좋은 학교에 갈 실력이 되는데 왜 신학교에 가느냐”라며 반대했다. 최 주교는 그런 아버지의 반대를 깊은 대화로 풀어 나갔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아버지 최 씨는 깊은 생각과 뚜렷한 주관으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 주교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렸다. 경청하는 존중하는 ‘스승님’ 최 주교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다.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시면 자리를 피하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최 주교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곤 했다. 친구나 동생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었다. 덕분에 동생과도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늘 친했을 정도로 우애가 좋았다. 최 주교의 동생 최현주(엘리사벳) 씨는 “(오빠가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자매나 동생이 있는 집을 부러워한다는데, 저는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런 불만을 가진 적이 없었다”면서 “늘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배려해 주는 오빠였다”라고 말했다. 사목현장에서 최 주교를 만난 이들도 경청하는 최 주교의 모습을 기억했다. 최 주교의 경청은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존중과 배려가 담겼다. 후배 사제들은 물론이고, 청년들에게도 함부로 말하는 일 없이, 존댓말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존중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그리고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가장 오랜 시간 사목을 한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청년들에게 최 주교의 별명은 ‘스승님’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최 주교는 고민이나 어려움을 나누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항상 진지하게 경청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청년들은 그런 최 주교에 존경과 친근함을 담아 장난스레 ‘스승님’이라 불렀다.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들은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스승님’ 최 주교에게 연락하곤 한다. 최 주교의 서품 동기이자 로마에서 함께 유학한 김남균 신부(시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부관장)는 “최 주교님은 늘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무슨 일이건 솔선수범하는 분”이라면서 “제일 젊은 주교님이시기도 하고,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이기에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 젊은이와 교류하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 같다”라고 기대를 전했다. 문화로 소통하는 사목자 최 주교의 경청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최 주교는 늘 세상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곤 했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신학교에서도 연극부를 비롯해 다양한 부서활동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어머니 최 씨는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최 주교는 어릴 적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라면서 “고3 때도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에 ‘학생이면 공부해야지 다른 데 신경을 쓰느냐’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성품이 사목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게 해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최 주교는 문화를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또 교회의 이야기를 세상 전하고자 진력해 왔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쳐왔다. 최 주교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지 부서 직원들에게 “일 좀 그만 받아오시라”라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도 했다. 문화홍보국에서 최 주교와 함께 일한 진슬기 신부(토마스 데 아퀴노·문화홍보국 부국장)는 “최 주교님은 제가 후배임에도 언제나 존댓말을 써주는 배려 가득한 분”이라면서 “개인보다는 교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참 일꾼이시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성경에 진심인 신앙인 모든 사제가 그렇겠지만, 최 주교는 특별히 더 ‘성경에 진심’인 사제였다. 성서학을 전공한 최 주교는 성경을 어떻게 잘 풀어내면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늘 고민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은 최 주교의 방식이 아니었다. 최 주교가 청년성서모임을 지도할 당시 개정한 청년성서모임 교재는 지금도 수많은 청년이 말씀에서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성경과 예술을 접목해 <바이블 갤러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신자들이 말씀을 더 가까이 받아들이도록 돕고자 애썼다. 최 주교와 청년성서모임 연구부 활동을 한 윤지은(다미아나) 씨는 “주교님은 늘 청년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 주시면서, 바쁜 중에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주셨다”라면서 “주교님께서는 훨씬 지식도 많고 혼자 하는 것이 더 편하셨을 텐데도, 늘 청년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셨고 그걸 교재 제작에 반영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주교 자신이 말씀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었다. 최 주교는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자신의 서품성구처럼, 말씀에서 힘을 얻고, 말씀과 늘 함께하려고 노력해 왔다. 최 주교는 매일 독서·복음 묵상을 SNS에 올린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무엇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 주교 스스로 성경을 묵상하기 위해서다. 최 주교는 “제 서품성구는 공동번역에서는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로 번역되는데, 하느님께서 제게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다”라며 “성경 말씀은 제게 삶의 힘이 되고 하루하루를 살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말했다.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 한국지부(이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지부장 박기석 요한 사도 신부)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설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행사는 국제 ACN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한국지부와 후원자들이 박해받는 교회를 위해 이어온 사목 원조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욱 깊은 연대와 지속적인 후원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감사 미사를 주례한 정순택 대주교는 “다른 원조단체와 달리 ACN은 종교적 이유와 정치적 상황으로 박해받는 가톨릭교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한국지부는 후원자들의 성원으로 그 특별한 사명에 동참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1발표를 맡은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 전임 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Ouédraogo) 추기경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교회 공격과 테러로 인한 참혹한 현실을 증언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24년 기준 8000명 이상이 무장 충돌과 학살 등으로 사망했다. 22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채 고향을 떠났고, 학교 6000개가 폐쇄돼 100만 명 넘는 어린이가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센터도 다수 파괴돼 의료 기반도 무너졌다. 우에드라오고 추기경은 “극단주의자들은 형제애라는 공동의 유산을 파괴하려 한다”라며 “그들은 종교가 아니라 증오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교회를 구심점으로 현재 종교 간 대화, 사회 통합과 평화 활동을 펼쳐 증오의 담론에 맞서고 있다”라며 “그런 우리를 돕는 한국지부 등 국제 ACN 네트워크 덕에 용기를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제2발표를 맡은 레지나 린치(Regina Lynch) ACN 본부 수석대표는 부르키나파소,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박해받는 신자들을 돕는 ACN의 역할을 소개했다. 린치 수석대표는 “ACN은 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에 대한 정보 플랫폼을 제공하며, 종교 자유와 그리스도인 박해 등 문제에 대해 국제 행사에서 현지 교회가 발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며 “많은 지원 사업과 캠페인에 10년간 적극 동참해 준 한국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초대 이사장을 지낸 염수정 추기경(안드레아·전 서울대교구장)은 격려사에서 ‘박해받는 신자들은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시험받지만 박해받지 않는 신자들은 그들이 간직한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시험받고 있다’는 ACN 설립자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덴 신부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박해받던 순교자들의 믿음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인 만큼, 박해 아래 도움을 청하는 다른 형제자매들을 적극적으로 돕자”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레지나 린치 ACN 본부 수석대표 - “한국교회의 적극적 관심이 기적 만들어”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레지나 린치 ACN 본부 수석대표는 “ACN 한국지부와 후원자들의 영적·물적 후원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전 세계 형제자매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해외 원조 측면에서 유럽 교회에 필적할 만큼 적극적이며, 이는 ACN 국제 네트워크 전체에 모범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45년간 ACN 본부에서 활동하며 세계교회의 고통과 희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린치 수석대표는 “한국교회가 과거 박해의 상처를 잊지 않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박해받는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라며 “그 공감이 곧 연대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라크, 시리아, 부르키나파소 등 이슬람 극단주의로 심각한 박해를 겪고 있는 지역들을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공감이 더 많이 흘러 들어가야 할 이웃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그리스도인은 대규모 납치와 살해로 인해 1300만 명에서 15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시리아교회는 내전과 극단주의의 위협 속에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은 체포·폭행·사형 등 극단주의 폭력에 시달리며,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사회 진출 기회가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이처럼 박해가 일상인 지역에서 ACN은 고통받는 교회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대피한 성직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고, 미사예물과 생활비 등 긴급 재정을 지원했다.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영성·심리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등 2024년 한 해 동안 부르키나파소 원조 사업에 약 230만 유로(약 36억8840만 원)를 지원했다. 린치 수석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교회 모두의 일치된 공감이 큰 기적을 만들고 있다”라며 “그 공감이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난 10년간 묵묵히 헌신해 온 ACN 한국지부 관계자들에게 한국교회 신자들의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ACN의 지원은 세계교회 신자들의 공감을 타고 전해지는 하느님의 현존을 통해 박해받는 신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특별한 공감의 은사를 받은 한국교회 신자들의 더 많은 기도를 청합니다."
부산교회사연구소(소장 한윤식 보니파시오 신부)가 부산교구 성지를 소개하는 책 「천주교 부산교구 성지」를 출간했다. ‘순례의 길에서 나를 찾고 당신을 찾다’를 부제로 한 이 책은 부산교구 성지를 순례하는 신앙인들에게 보다 상세하게 성지를 안내하고 교회사적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기 위해 마련됐다. 책은 총 191쪽에 걸쳐 ▲오륜대순교자성지 ▲수영장대순교성지 ▲언양성당 신앙사적지 ▲살티 신앙사적지 및 김영제와 김아가다묘 ▲죽림굴 신앙사적지 ▲김범우 순교자성지 ▲조씨형제 순교자묘 ▲울산병영순교성지 등을 소개한다. 각 성지마다 역사적 배경, 조성 역사와 현양 과정, 관련 순교자들의 신앙 증언, 성지에서 기억해야 할 교회사적 사실과 눈여겨봐야 할 대목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구전으로 전승되는 사실은 물론 풍부한 관변 사료와 교회사 문헌 자료에 근거했다. 또 부산 지역 천주교 전래 시기에 관한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반영했으며 정 안토니오, 이 베드로와 두 아들, 박 스테파노, 유경서 등 새롭게 발견된 부산 지역 순교자들도 소개한다. 특히 각 성지마다 묵상글이 수록돼 순례자들의 순례 여정을 돕고 묵상을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다양한 사진 자료가 첨부돼 생생함을 더했으며 부록으로는 ‘순례자 여권’과 성지 지도가 수록됐다. 한윤식 신부는 “이 책이 부산교구 성지를 순례하는 모든 분에게 성지순례의 충실한 동반자이자 훌륭한 안내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소개된 각각의 성지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의: 010-2193-0471 부산교회사연구소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대상에 새 생명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순간을 담은 <행복한 기다림>(우은희 作)이 선정됐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김연범 안토니오)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 120여 점이 출품됐다. 금상에는 <구순 할만의 미소>(김지안), <그리운 엄마>(윤경희), <두근두근 설레이는 첫 아이 목욕시킨 날>(이규현)이 뽑혔다. 이어 은상 6점, 가작 10점, 입선 20점이 선정됐다. 수상작들은 8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안재홍 회장은 "2004년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랑과 인간 존중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된 사진 공모전을 다시 개최해 감회가 새롭다"며 “내년에도 공모전을 열어 우리 사회에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가치와 친밀성, 따뜻함을 보여주어 건강한 가정과 건전한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 등 3대 종교가 경기도 시흥 SPC 시화공장에서 5월 19일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50대 여성 노동자의 영원한 안식을 기리고, SPC 본사를 직접 찾아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등 종교 성직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7월 5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C삼립 산재사망사고 49재 추모기도’를 개최했다. 추도식은 3대 종교 추모사와 추모 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3대 종교는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와 정부 당국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시몬 신부는 추모 발언에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때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죽음의 두려움에 떨면서 일하거나,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무 사고 없이 지나가길 바라며 사는 삶이 아니라 일에 보람을 느끼고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모여 일상을 공유하는 삶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지길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성직자들은 SPC 허영인 회장 사퇴와 수사기관의 책임자 엄중 처벌, 고용노동부의 수사와 송치 관련 상황 공개, SPC 삼립의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서도 “안전한 일터와 책임경영을 기업들이 실천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하는 입법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SPC 시화공장 사망사고에 대해 3대 종교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5월 27일 이후 두 번째다.
20년 넘게 다문화·이주 아동들과 그 가정을 돌봐온 서울 성북동 ‘베들레헴 어린이집’(시설장 이선영 보나 수녀, 살레시오 수녀회)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폐원 위기에 놓였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설인 탓에 후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어렵사리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점점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7월 4일 찾은 베들레헴 어린이집에는 천사반(만 1세), 샛별반(만 2세), 베들레헴반(만 3세 이상)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베들레헴반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선생님의 질문에 앞다퉈 답하고, 샛별반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해맑은 표정으로 식사 전 기도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운영난 속에, 이 소중한 하루하루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15명의 아동이 교육받는 어린이집은 24시간 운영된다. 전체 어린이 중 절반 가까이가 다문화·이주 가정의 아동들인데, 가정 형편상 부모가 밤에도 일을 나가 밤 시간대에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교사 수도 일반 어린이집보다 많아 현재 두 명의 수녀 포함 총 9명의 교사가 아동들을 돌본다. 우영숙(마르타) 수녀는 “현재로서는 후원금으로 간신히 급여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로부터 가정보육시설로 정식 인가까지 받은 이곳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주택을 개조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주거 용도로 건축된 집은 보육시설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하고, ‘용도 변경’을 했더라도 또 다른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런 사정으로 어린이집 간판 설치 비용도 부족해 개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겨우 간판을 마련했다. 어떻게든 지원금을 받고자 ‘서울형 어린이집’ 신청을 준비하고 있지만 선정 여부와 시기도 장담할 수 없다. 2004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설립하고 살레시오 수녀회가 위탁 운영해 온 베들레헴 어린이집은 단순한 보육시설을 넘어, 이주 가정 전체를 돌보는 공동체로 기능해 왔다. 졸업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인사를 오면, 수녀들과 교사들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교회 내 다양한 창구를 통해 가족 전체에 지속적인 도움을 이어가기도 한다.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 김은주 씨는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건강이 좋지 못해 힘들 때, 어린이집 수녀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어린이집도 아이를 진심으로 돌보고, 아이 엄마도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전했다. 과거에 비해 아동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이주 가정의 입소 문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낯선 타지에서 생활하고 형편도 좋지 않은 이주가정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교회 보육시설 후원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시설장 이선영 수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식과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적은 규모라도 정기적으로 후원이 있다면 어린이집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후원 문의 및 계좌: 02-3676-7705, 국민 093401-04-245084 서울대교구 베들레헴 어린이집
30년간 본당의 역사와 함께해 온 마당이 신앙을 고백하고, 공동체 친교를 이루는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서울대교구 석촌동본당(주임 홍기범 바오로 신부)은 6월 29일 주일 교중미사 후 ‘성 요셉 광장’ 축복식을 개최했다. 광장은 홍기범 신부가 2022년 본당에 부임한 이후 진행한 성당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30년의 세월 동안 허물어지고 구멍이 파이며 노후화된 마당을 보수하고, 주차장·행사장 등 다목적 용도로 사용되던 곳을 광장에 걸맞게 조성하는 차원이다. 광장의 이름은 본당 주보 성인인 성 요셉을 공경하는 의미에서 ‘성 요셉 광장’으로 했다. 광장 벽면에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말씀이 새겨져 있으며, 바닥에는 같은 성경 구절이 하트 모양 안에 영어로 적혀 있다. 이는 1995년 성당 봉헌식 때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전한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신자들이 눈으로 보며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본당은 신자들이 성전으로 들어오기 전 절대자이신 하느님께 고백하는 장소로 이 광장을 지나오도록 권고하고 있다. 홍 신부는 “전통적으로 성당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광장을 지니며, 이를 하느님께 고백하는 장소로 여겨 왔다”며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집인 성전에 들어오기 전 광장에서 주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자비를 청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성 요셉 광장은 신자들의 자발적인 봉헌 덕분에 조성될 수 있었다”며 “그 정성을 감사히 여기며 본당 공동체를 위해 주님께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본당은 ‘소통과 만남의 광장’이라는 취지 아래, 이곳을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잔치를 여는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매년 10월 묵주기도 성월에 열리는 ‘성모님을 위한 국화 축제’와 10월 28일 본당의 날 행사도 광장에서 열 계획이다.
인천교구 연수본당(주임 이민주 요한 세례자 신부)에는 오카리나 연주를 통해 신앙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레지오 마리애 소년 쁘레시디움 ‘상아탑’(단장 최순규 레이몬드, 이하 상아탑)이 있다. 상아탑은 2018년 본당의 성인 레지오 단원, 초등부 교사단, 사목자들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어린이들이 신앙을 단순한 배움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믿음을 살아내는 기쁨’을 체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혜의 전당’을 뜻하는 이름처럼, 단원들은 묵주기도와 전례 봉사뿐 아니라 매주 회합 시간에 30분간 오카리나를 연습하며 ‘신앙은 성당에서 함께할 수 있는 기쁨’이라는 지혜를 몸소 배운다. 오카리나는 음악 교사인 최순규 단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회합 기도 시간을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이 좀 더 즐겁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음악을 접목한 것이다. 여러 악기 가운데 오카리나를 택한 이유는 소리가 맑고 배우기 쉽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오카리나 연주를 통해 성모님과 관련된 성가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일상에서도 성모님을 떠올리며 신심을 키워 간다. 본당 전례와 사제 영명축일 등 행사에서 연주 봉사를 하며, 매년 성모성월과 묵주기도 성월에 열리는 묵주기도 및 성모의 밤 행사에도 참여한다. 공연을 준비하며 동료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아이들이 성모님의 협조, 인내, 겸손의 덕을 닮아가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최 단장은 “고사리손으로 정성껏 기도를 바치고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키 크듯 자라나는 신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춘기로 접어들며 하느님과 멀어질 수 있는 시기, 상아탑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기억’이라는 신앙의 연료를 선물한다. 2018년 창단 당시 상아탑에 들어온 6학년 단원들이 8년이 지난 지금 청년이 되어 본당 청년부와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생이 되며 쁘레시디움을 떠난 아이들 역시 가방을 멘 채 “선생님~” 하고 반갑게 인사하며 레지오 회합과 공연에 종종 찾아오곤 한다. 서보경(폴리세라) 부단장은 “아이들이 연주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은총이 넘치는 순간”이라며 “성당이 아이들에게 기도와 음악, 친구와 선생님이 함께하는 편안하고 즐거운 신앙의 공간으로 남도록 사랑으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