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이후 가장 긴 여정의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사목방문에 나섰다. 9월 2일 로마에서 비행기로 출발한 교황은 첫 방문지인 인도네시아에 3일 도착해 6일까지 머문 뒤, 6~9일 파푸아뉴기니, 9~11일 동티모르, 마지막으로 11~13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87세 고령인 교황이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로마에서 인도네시아까지 13시간 동안의 비행을 포함해 총 이동거리가 3만km가 넘는 여정을 소화한 것은 ‘변방’(peripheries)에 있는 가톨릭신자들에 대한 목자로서의 친밀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교황의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사목방문 여정을 살펴본다. ■ 첫 방문지 인도네시아 교황은 2일 인도네시아로 출발해 3일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교황은 13시간의 비행과 시차에도 예수회 난민센터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주민과 난민, 도미니코 수녀회가 돌보는 고아들, 또한 성 에지디오공동체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약자와 병자들을 찾아가 위로를 전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주인도네시아 교황대사관에서 이뤄졌으며, 교황은 인도네시아 방문 동안 주인도네시아 교황대사관에서 생활했다. 교황은 인도네시아 도착 다음날인 4일 자카르타 성모승천대성당에서 주교, 사제, 부제, 수도자, 신학생, 교리교사 등과 만나 “복음을 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쁨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3만km 넘는 긴 여정 소화 가난한 이들 먼저 찾아 위로 각국 공동체와 함께 미사 봉헌 이스티크랄 모스크 방문해 종교 자유·생태계 보전 다짐 교황은 5일 오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스티크랄 모스크에서 종교간 대화 모임을 마련했다. 이스티크랄 모스크에 방문한 교황은 모스크와 자카르타대성당을 지하통로로 연결하는 ‘우정의 터널’로 안내돼 이스티크랄 모스크 이맘과 공동으로 ‘이스티크랄 선언’(The Istiqlal Declaration)에 서명했다. 이 선언은 가톨릭과 이슬람 두 종교 구성원들이 폭력의 위협을 받는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황은 종교간 대화 모임에서 “모든 종교의 신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종교 신자들 역시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5일 오후에는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인도네시아 방문 중 유일한 미사였으며, 경기장에는 수만 명의 신자들이 운집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가장 작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먼 그리스도인 공동체도 복음을 공유하고 복음대로 살도록 부름받았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삶의 모습으로 복음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록 우리는 작은 존재일지라도 우리는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꿈꾸고 있고,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와 일상의 삶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사를 주례하기에 앞서 교황 전용 차량을 타고 경기장 주변을 돌며 신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 두 번째 방문지 파푸아뉴기니 교황은 6일 인도네시아를 출발해 두 번째 방문지인 파푸아뉴기니로 떠났다. 교황이 포트모레즈비 잭슨스 국제공항에 내린 것은 해가 지고 한 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교황을 직접 보려는 인파들이 공항 주변에 줄을 지어 있었다. 교황은 7일 정부청사에서 밥 다대 총독 등 정부 고위관리들과 만나며 파푸아뉴기니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같은 날 오후 교회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술학교를 방문해 파푸아뉴기니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가톨릭신자들, 주교와 사제, 수도자, 신학생들을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살고 공유하기 위한 열정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진정한 기쁨을 찾고 타인에게 봉사하는 문제”라며 “무엇보다 진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제자가 되기 원하는 사람은 파푸아뉴기니에서도 가장 변방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변방’의 의미에 대해 “가장 필수적인 것조차 결여돼 있는 곳, 도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버려진 지역, 가장 외진 농촌”이라고 부연했다. 교황은 8일 오전 포트모레즈비 존 가이즈 경 기념 경기장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한 뒤 9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청년 1만 명과 만나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파푸아뉴기니 전체 인구 820만 명 가운데 25세 미만이 약 60%나 될 정도로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교황은 미리 준비해 간 원고를 그대로 읽지 않고 “젊은이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듯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필요하고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은 공통의 언어, 즉 사랑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은 경우에 따라 가정을 망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랑 안에서 결합될 때, 청년들은 파푸아뉴기니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청년 여러분들이 사랑의 언어를 배워서 여러분의 조국을 바꾸고, 여러분 자신을 성장시키고, 미래로 향하는 길을 열어 가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교황이 8일 포트모레즈비에서 바니모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숲과 산,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우리는 자연의 색과 소리, 향기 그리고 생명을 낳는 자연의 위대한 장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모든 것들이 에덴동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폭력과 착취, 알코올 중독 같은 파괴적인 습관을 끊어내는 것도 의미한다”면서 “파푸아뉴기니의 많은 형제자매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을 앗아가는 것 역시 악행”이라고 말했다. ■ 동티모르와 싱가포르 방문 교황은 세 번째 방문지인 동티모르 딜리에 9일 도착해 대통령궁 야외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뒤 정부 관계자와 외교사절 등과 대통령궁에서 만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10일에는 이르마스 알마 학교에 출석하는 장애 아동들과 만난 뒤 원죄 없는 잉태 대성당에서 동티모르 주교단과 사제단, 수도자들, 신학생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에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딜리 인근 타시톨루 습지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11일에는 센트루 지 콩벤송이스에서 동티모르 청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교황은 9월 11일 오후 마지막 방문지인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피정센터에서 예수회 회원들을 만난다. 9월 12일 오후, 교황은 싱가포르 스포츠허브 국립경기장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13일 성녀 테레사의 집에서 노인과 병자들을 방문하고 가톨릭 주니어 칼리지에서 젊은이들과 종교 간 대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방문 여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목 현장에서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교회 사제들이 성령 안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9월 2일부터 4일까지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에서다. 전국 16개 교구에서 모인 본당 사제 43명은 2박3일 동안 함께 기도하고 주제에 대한 성찰을 나눴다. 무엇보다 이번 모임에서는 시노드 방식에 따른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적극 활용됐다. 사제들은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고, 성령의 음성을 들으며, 함께 대화하고 경청과 식별을 해나가는 경험을 했다. 마지막 날인 4일에는 ‘전체 종합’에 이어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가 참가 사제들과 대화를 나눴다. 모임은 옥현진 대주교 주례 파견미사로 마무리됐다. 모임 시작 당시 “시노달리타스라는 개념이 잡히지 않아 힘들어 실천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던 대다수 참가 사제들은 진행 과정에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임 후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본당 사목에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접목해 보고 싶다”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번 모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교황은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이탈리아 사크로파노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김종수 신부(요한 사도·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를 포함한 6명의 대표 사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193명의 국제 모임 참가 사제들을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임명하면서 각자 교구와 국가에서도 이 모임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지난 두 달 반 동안 6명의 시노달리타스 선교사와 함께 이번 모임을 준비했다.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로 봉사한 노우재 신부(미카엘·부산교구 서동본당 주임)는 “아마도 전국 각 교구 신부님들이 모여 시노드 방법에 따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지난 100년 동안 처음 있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며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경청하며 식별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이 자리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지역교회 사목자인 전 세계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할 목적으로 소집되는 회합이다. 정기총회는 3~4년 주기로 열린다. 지난 2021년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3년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제1회기가 열렸으며, 오는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제2회기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 주교단이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로마 사도좌(교황청)를 공식 방문하는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Apostolorum)을 한다. ‘사도좌 정기방문’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등 현직 주교회의 회원 23명이 참가한다.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 등 13명은 사도좌 정기방문에 처음 참가한다. 교회법(제399조 1항)에 따라 5년마다 이루어지는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Apostolorum)은 ‘앗 리미나’라고도 불린다.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와 바오로 묘소 순례, 교황 면담, 교황청 부서 방문 등 세 가지 주요한 일정으로 이뤄진다.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2020년 예정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된 바 있다. 한국 주교단은 20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다. 참가 주교들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교황과 면담하고 주교단 전체로도 만났던 2015년 사도좌 정기방문과 달리 주교단 전체가 한 차례 교황과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 주교단은 또한 16일부터 21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성직자부, 시성부, 복음화부(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평신도가정생명부 등을 방문한다. 한국 주교들은 교구 재무와 재산 상태에 대한 보고와 함께 교황청 기구들로부터 받은 지원에 대한 평가, 교황청 협력과 관련해 기대하는 바를 담은 상세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한국 주교단은 17일 교황청 주재 대한민국대사관을 방문하며, 20일에는 바티칸 정원에서 열리는 ‘한국의 성모 성화(모자이크)’ 축복식에 참석한다. 사도좌 정기방문 공식 일정은 22일 오전 10시 30분 로마 한인 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봉헌하는 미사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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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혁신이냐 배신이냐’…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AI)’의 갈림길

AI(artificial inelligence·인공지능) 기술이 말 그대로 전 세계 자본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시대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줄 잠재력도 크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딥페이크' 문제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9월 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는 세계적인 AI 권위자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AI윤리 담당 고문 파올로 베난티 신부(Paolo Benanti·프란치스코회 TOR)가 초대된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AI 역량과 윤리에 대해 모색해 보는 특별한 강연이 마련됐다. ‘정보사회인가, 통제사회인가?’를 주제로 한 베난티 신부 강연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및 교구 주교단과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등 내빈을 포함한 800여 명이 참석해 AI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베난티 신부는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 교수,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위원,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 위원,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AI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강연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준비 과정의 일환인 ‘WYD 지식여정’ 첫 순서로 기획됐다. “현대 기술이 던지는 핵심 도전 과제는 인간의 가치와 윤리적인 틀에 대해 성찰하는 사회 전체의 담론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교수 조동원(안토니오) 신부 통역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베난티 신부는 “기술 ‘혁신’을 공동선으로 향하는 ‘발전’의 원천으로 변형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의 숙제이고, 그 답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의 윤리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점을 약간 바꿔서 기술을 권력의 한 형태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베난티 신부는 “AI의 모든 명령에는 도덕적 결정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누가 가치 있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뉴욕의 로버티 모세스가 설계한 인프라를 예로 들어 모든 기술적 산물이 권력 이전과 질서를 재편해 사회적 역학과 접근성을 변화시킨 점을 강조했고, 70년대 미국 토마토 농장 경우를 들어 기술이 제품과 시장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들려줬다. 이제는 “기술의 문제가 인공지능 뒤에 있는 알고리즘에 있으며, 알고리즘으로 인해 어떤 사람은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고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인간이 되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베난티 신부는 “여기서 ‘복음’은 우리가 새로운 경계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준다”고 강조했다. 복음은 언제나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창조주의 피조물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AI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제기되는 핵심 질문은 ‘누가 누구를 통제하는가?’라는 점이다”라고 지목한 베난티 신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할 수 없는지’ 결정하는 이런 새로운 권력의 변화는 정의의 문제고,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가도 있을 수 있기에 지정학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교육하고 이 기술을 민주주의와 호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세례를 통해 고유한 이름을 지녔고 거룩함으로의 부르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서 베난티 신부는 젊은이들에게 기술과 AI의 영향 속에서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가야 할지 조언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진리 안의 사랑」에서 가르치신 바와 같이, 기술은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 낸 것이고 그 인간의 정신은 하느님과 긴밀히 일치된 것이기에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밝힌 베난티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분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신중함’을 가지고 AI와 기술의 양면성을 식별하며 비판적으로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강연은 인간 존엄성과 사회적 복지를 중심으로 한 기술 발전 필요성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젊은이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책임을 상기시켜 주는 자리로 의미를 남겼다. ◆ 인터뷰 - 파올로 베난티 신부 "AI, 윤리적 발전과 성장 동반돼야 “윤리적 발전과 성장이 동반된 AI(인공지능)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AI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AI가 미칠 전망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베난티 신부가 들려준 대답이었다. “원자폭탄이 모든 건물을 파괴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와 걱정을 낳은 것처럼, AI 또한 인류 공동체를 파괴할 힘과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베난티 신부는 “양극화를 야기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해 우리 모두를 원수로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베난티 신부는 가장 우려되는 AI의 오용은 “‘범죄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AI가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사람에게 있다”며 “운전면허증처럼 AI 이용이 가능한 증명서 발급이나 AI로 제작된 것을 명시하는 방안 등은 부정적 결과를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황청은 지난 2020년 ‘AI 윤리에 관한 로마 선언’을 통해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베난티 신부는 이 선언의 의미를 “AI 윤리와 관련된 여러 논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6가지 주요 원칙을 제공한 것과 함께 여러 정부 기관뿐 아니라 21개 종교 대표단이 함께 서명하고 동참한 점”이라고 밝혔다. “AI는 매우 위대한 혁신입니다. 혁신이 성장을 동반할 때, 곧 공동선과 인류의 유익에 기여할 때 진정한 혁신이 됩니다. 인간이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과 성장의 도구로 사용할 줄 알게 될 때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베난티 신부는 지난 3월 7일 교황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AI가 ‘유사종교’로 기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 주제는 AI 답변을 신탁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면, 즉 믿어야 할 무엇인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유사종교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며 “핵심은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훈련된 인식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교황청은 생명학술원 등을 통해 관련 연구와 성찰을 계속 진행 중이다. 생명학술원 위원인 베난티 신부는 “현재 ‘AI 윤리에 관한 로마 선언’을 토대로 전 세계 모든 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 고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평단협, ‘최양업 순례길’ 진행 중간보고 전국회의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김연범 안토니오 신부, 이하 한국평단협)의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길 연구’가 열매를 맺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원주교구 배론성지로 향하는 135개 최양업 순례길 중 95개가 완성됐고, 나머지 코스도 올해 중 답사를 거쳐 경로가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평단협은 9월 7~8일 원주교구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 마리아 기도학교에서 ‘최양업 순례길 진행 중간보고 전국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12개 교구 배론길위원회는 전국회의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교구별 답사활동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8월 현재 전체 2800km에 이르는 최양업 순례길 중 약 70%에 이르는 95개 코스의 답사가 완료됐다. 회의 참가자들은 각 교구별 답사활동을 듣고 코스를 일부 조정하는 시간을 통해 답사를 마친 순례길 경로를 확정했다. 한국평단협은 10월 중 중간보고 전국회의를 한 차례 더 열고 최양업 순례길 전체 코스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길 연구’ 최종보고 전국대회는 올해 12월 28일 열린다. 이번 전국회의에서는 전주·부산·마산교구 등 전국 각 교구와 최양업 신부의 활동을 살펴보는 연구강의도 열렸다. 회의 참가자들은 8일 오전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배론성지 내 최양업 신부 묘소를 참배했다. 한국평단협은 2022년 인천에서 열린 전국회의에서 ‘최양업 신부님 시복시성을 위한 순례길 연구’를 진행하기로 의결하고, 이듬해 1월부터 매월 첫 토요일 전국 15개 교구가 참여하는 줌(Zomm) 회의를 개최해 순례길 구성을 위한 연구작업을 지속해 왔다. 아울러 2023년 12월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열린 전국회의에서는 각 교구의 순례길 종점을 배론성지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교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전국 각 교구 해당 코스 답사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본격 활동 시작, 교회의 사목적 배려는?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9월 3일부터 한국 가정에서의 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교회 안에서도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비춰볼 때 필리핀을 비롯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공장 등 산업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르게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되는 ‘가정’에서 일한다는 점도 맞춤형 사목 필요성에 힘을 보탠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요한 세례자 신부)는 8월 13일 주한필리핀대사관 협조로 서울시 역삼동 교육시설에서 가사관리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미사를 봉헌했다. 유상혁 신부는 “4주간 교육만으로는 문화가 다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한국인 자녀를 돌보고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특히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이주사목위의 사목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이들을 정서적·영적으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 남아메리카의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가톨릭공동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가사관리사라는 새로운 사례가 생긴 만큼 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사목위 산하 서울필리핀가톨릭공동체(SFCC) 담당 아르빈 신부(Arvin Mosqueda, 필리핀 외방 선교회)는 “미사를 봉헌하며 파악한 바로 (100명의 가사관리사 중) 70명 정도가 신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사목위는 가사관리사들이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영어 미사가 있는 서울 시내 본당들을 소개하고, 한국어가 서툰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당도 안내할 예정이다.

종합

서울·수원·의정부 민화위, 북향민들과 함께 추석맞이 합동 위령미사 봉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서울대교구 민화위),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남덕희 베드로 신부)는 9월 7일 의정부교구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북향민들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합동 위령미사’를 처음으로 공동 주최했다. 이번 미사는 원래 서울대교구 민화위가 단독으로 추진하던 상황에서 경기도 권역에 거주하는 북향민(북한이탈주민)들의 요청으로 3개 교구가 함께 진행하게 됐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이냐시오) 신부는 강론에서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이뤄진다’말을 되새기며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 멀리 떨어진 친지와 이웃들, 지금은 갈 수 없는 소중한 고향 땅을 함께 기억하고 기도하며 하느님께 은총을 청하자”고 제안했다. 미사에 참례한 북향민인 한 안나(서울대교구 중앙동본당) 씨는 “경기도에 사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며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언젠가 고향으로 가겠다고 다짐하며 북녘 가족들을 위해 미사 중에 기도했다”고 말했다. 서울 민화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북향민은 약 3만 4천 명으로 이중 남한 사회에 정착한 지 5년 이상 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정수용 신부는 “그간 교회가 북향민의 초기 정착을 중심으로 지원·동반했다면, 이제는 사목적·영적 동반이 요청되고 있다”며 “이번 미사가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천주교 미사를 통해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3개 교구 민화위는 미사뿐 아니라 경기도 곳곳에서 모여든 북향민들 간 친목을 위해 레크리에이션도 준비했다. 레크리에이션 중 이기헌 주교(베드로·원로사목)가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미사에는 수원교구 민화위 위원장 허현 신부와 의정부교구 이은형(티모테오) 신부도 함께했다.

의정부교구 구리본당, ‘수택경로식당’ 새 보금자리 축복

의정부교구 구리본당(최성우 요한 세례자 신부)은 9월 6일 새로 이전한 수택경로식당 건물에서 축복식을 봉헌했다. 구리본당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수택경로식당은 지난 30년간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축복식을 주례한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신앙인은 하느님께 받은 많은 것들에 대한 응답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줘야 하는데, 구리본당은 경로식당을 통해 예수님께서 원하신 대로 이웃사랑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고 말했다. 이어 손 주교는 “어르신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주는 밥 한 그릇은 육체적 배고픔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증진해 또 다른 이웃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성우 신부는 인사말에서 “참석해 주신 내빈분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좋은 말 백 마디보다 직접 도와주고 함께하는 봉사 한 번이 더 낫다는 걸 봉사자와 공동체 모두가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축복식은 성수 예식과 내빈 축사 및 축하 공연, 컷팅식으로 이어졌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간단한 다과회 시간도 마련됐다. 축복식에는 손 주교를 비롯한 교구 본당 사제들, 윤호중(마르티노) 국회의원, 구리시의회 신동화 의장 등 지역 내 인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했다. 새로 이전한 수택경로식당은 구리시 수택지구 사회복지시설 건물 1층에 들어섰다. 2층은 시니어클럽과 사무실, 3층은 강당과 옥상정원이 있다. 수택경로식당은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1994년 8월부터 주 5회 지역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해 오고 있다. 구리본당과 인근 본당 자원봉사자들이 조리와 배식을 도맡는다. 본당에 따르면 매일 평균 160여 명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거나 도시락을 배달받았다. 수택경로식당은 한 끼 식사와 더불어 독거 어르신들의 소통 장 역할을 겸하며 경로식당 제도가 도입된 초창기부터 한국 사회 노인복지 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구상 시인길’ 명예도로 표지석 제막식 개최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을 기념하는 ‘구상 시인길’ 명예도로 표지석 제막식이 9월 5일 서울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구상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상국)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구상 시인의 딸인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 작가, 이상국 회장을 비롯한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임원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영등포구 문화예술단체 회원 등 70여 명이 참석해 ‘구상시인길’ 명예도로 표지석 제막을 축하했다. ‘구상 시인길’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의회 박현우(안셀모) 의원의 주도로 5월 16일 지정됐으며, 63스퀘어에서 여의도중학교, 여의나루역을 거쳐 LG트윈타워에 이르는 여의동로 1553m 구간이다. 구상 시인은 생전에 서울 영등포구에 30여 년 동안 살면서 한강을 소재로 하는 많은 시를 지었다. 표지석 제막식 행사 중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 이진훈 시인이 구상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강 16’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날 제막된 ‘구상 시인길’ 표지석은 높이 2m, 가로 0.9m 크기로, 구상 시인의 얼굴 모습과 ‘구상 시인길’ 지정 취지, 도로 구간 등이 표현돼 있다. 야간에도 표지석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지석 상단 ‘구상 시인길’ 글자에 반사 시트지를 부착했다. 구자명 작가는 “선친 20주기에 ‘구상 시인길’이 제정돼 표지석을 제막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선친은 누구보다 진지한 역사의식의 바탕 위에서 글을 쓰고 사회적 삶을 사셨던 분으로 수많은 국가적 인물들과 교류하면서도 한 번도 자신의 소신이나 정의감에 어긋나는 타협이나 자리(自利)를 도모한 적이 없으셨다”고 말했다.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9월 5일 서울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 세워진 '구상 시인길' 표지석을 제막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