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진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나주 윤 율리아 ‘거짓 홍보’ 심각…WYD 미끼 선동도

주교회의가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나주 윤 율리아 관련 영상에 관해 각 교구에 주의를 요청했다. 주교회의는 사무총장 이철수(스테파노) 신부 명의의 1월 12일자 공문에서 “윤 율리아 씨와 그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교회의 가르침과 교도권을 거부하며, 교황청과 고위 성직자들의 이름을 거론해 ‘나주 성모 기적’의 교회 공식 승인을 주장하는 거짓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신자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 율리아와 추종자들은 2025년이 윤 씨의 집에 있는 성모상이 눈물을 흘린 지 40주년이 되는 해라고 홍보하며, 이를 기회로 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활발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주교회의는 “성지순례라는 명목으로 여러 지역에 지부를 결성해 더 많은 사람이 나주를 방문하도록 선동하고 있다”며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들이 주최하는 기도 모임에 동남아시아 성직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해외 청년들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윤 율리아와 관련된 정보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교회의는 각 교구 주교에게 나주 윤 율리아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신자들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나주 윤 율리아와 관련된 거짓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또한 나주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에 대한 참여를 금지할 것도 당부했다. 주교회의의 이번 주의 요청 공문은 국내외에서 나주 관련 온라인 홍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며 문제가 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대전교구는 2025년 9월 26일자 공문을 통해, 교구 내 일부 본당에서 나주 윤 율리아 관련 전교 활동이 이뤄진다는 보고가 접수된 것을 알리고, 나주 윤 율리아의 활동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교구장 허락 없이 임의로 경당과 성모 동산에서 행하는 성사 및 준성사 의식은 금지되며 참여자는 교회법상 제재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다. 해외교회에서도 나주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칭대교구 사이먼 포 대주교는 2025년 11월 교구 기관지 「Today’s Catholic」을 통해 “나주를 방문하거나 활동에 참여할 경우 교회법상 자동 파문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대교구 또한 공식 웹사이트에 “나주 단체 활동은 교회의 일치를 해치는 행위”라며 참여 금지를 명시했다. 온라인에서는 나주 홍보 영상이 영어·필리핀어 등 다국어로 제작돼 유튜브 등으로 해외에 확산되고 있고, 다수 추종자가 개인 활동을 가장해 단체 홍보를 하는 실정이다. 국내용과 해외용 채널로 이원화해 운영하면서, 보편교회가 자신들을 공식 지지한 것처럼 보이는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젊은 층이 핵심 이용자인 ‘틱톡’ 플랫폼 경우, 계정 운영자가 댓글을 통해 청년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한편 광주대교구는 윤 율리아와 그의 추종자들이 전개하는 활동에 대해 교황청 신앙교리부와의 충분한 논의 후, 윤 율리아와 관련된 미사와 전례, 성사 등 사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공지했다. 교구는 윤 씨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한 모든 홍보물의 발행과 유포를 금지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된 공지 사항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발행일 2026-01-25 제3476호 2면

[인터뷰] 제주교구 노인사목협의회 담당 이시우 신부

제주교구가 최근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목 전환점으로 노인사목협의회(이하 ‘노사목’)를 공식 출범시켰다. 국내 어느 지역보다 초고령화 시대의 여파가 선명한 지역 상황에서, 전문적인 노인사목을 위해 2025년 1월 이시우(안드레아) 신부를 노인사목 담당 사제로 임명하고 실질적인 준비에 나선 결과다. 이 신부는 지난 1년간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사례를 검토하고 지역 현실에 맞는 모델을 모색했다. 그리고 2025년 12월 21일, 교구 내 7개 노인대학과 31개 본당 노인 관련 단체의 활동을 토대로 노사목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 신부는 “노사목 창립은 노년을 교회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영적 도약의 기회로 바라보는 선언”이라며 “노인 혹은 노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노인은 결코 사회 뒤편으로 물러나거나 소외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정중앙에 자랑스럽게 자리해야 할 빛나는 하느님의 선물임을 우리가 서서히 발견해 나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사목은 노인을 단순한 보호나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의 능동적인 사목 주체로 세우는 데 초점을 둔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노인이 주도하는 구조’다. 임원 25명 가운데 70세 이상이 16명, 80세 이상도 4명에 이른다. 이 신부는 “노인이 노인을 가장 잘 안다”며 “대부분 ‘나도 교회에서 할 일이 생겨 기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노사목 운영은 교구 내 4개 지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각 지구에 지구장을 두고 자율적 운영권을 부여해 접근성과 참여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각 본당에 신설된 노인분과는 기존 노인 신심단체·노인학교와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그는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에, 노사목 회장단이 각 지구 회합에 적극 동참하며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걸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노사목이 가장 주력할 활동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노인들의 편안한 여정을 정성껏 돕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요양원 입소 노인, 재가 노인, 주일미사 참례 노인, 다문화·장애·냉담으로 인한 사각지대 노인 등 네 부류를 중심으로 사목 활동을 펼친다. 이를 위해 각 지구와 본당 노인분과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단계별 실천 방안을 마련한다. 이 신부는 특히 세대 간 통합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사목과 노인사목이 분절된 현실을 넘어, 전 세대가 함께 신앙을 살아가는 구조가 절실하다”며 “다가오는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과정에도 각 교구 노인 담당 사제들이 함께 참여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사목 창립은 교구 전체에 노인사목이 멈출 수 없는 사명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한 이 신부는 “노인은 교회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있어야 할 하느님의 선물이며, 노인 한 분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만큼 노인을 공동체의 보석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결코 늙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현재의 노인이거나 미래의 노인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노사목의 여정에 더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한국교회에서 활동하는 노인사목 담당사제들의 협의체 구성도 희망합니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21면

세계 청년들 질문에 사제가 답하다…「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

“모든 이주민을 환영할 수 없지 않나요?”, “여성은 왜 사제가 될 수 없나요?”, “노예제도로 만든 제품을 쓰면 나도 죄인인가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청년에게 교회는 무엇이라 답할까. 「청년이 알아야 할 사회교리 Q&A」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질문들이야말로 신앙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저자 미헬 레메리 신부는 ‘하느님과 트윗을’ 시리즈로 디지털 세대와 소통해 온 네덜란드 로테르담교구 소속 사제다. SNS에서 140자로 신앙을 나누던 그가 이번엔 청년들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 섰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 청년들과도 직접 대화를 나눈 그는, 전 세계 청년들이 던진 진짜 질문들을 모았다. 가난, 이주민, 노동, 전쟁, AI, 기후 위기. 청년들이 매일 뉴스에서 접하고 SNS에서 논쟁하는 이 주제들에 대해, 교회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레메리 신부는 성경과 교황 문헌을 인용하되, 설교조의 답변은 피한다. 대신 “그런데 정작 일부는 그러한 입장에 동조하면서 후한 대가를 받기도 합니다”(35쪽)처럼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93쪽)처럼 솔직하게 인정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 책의 특징은 사회교리를 완성된 답처럼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노예제도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마다 우리는 죄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67쪽)라고 말하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독자에게 그 답을 함께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이 책은 그 대화를 미리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각 장마다 토론 질문과 추천 자료가 담겨 있어, 청년 모임이나 소그룹에서 함께 읽고 나누기 좋다. “우리의 사명은 모두가 불완전한 이 세상을 가능한 한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11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은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세상을 함께 견디며 조금씩 바꿔 가는 사회교리의 핵심 의미를 청년의 언어와 현실로 풀어낸다. 정의와 평화, 연대와 공동선.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 단어들이 우리 삶의 구체적인 선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26개의 질문과 답변 속에 녹아있다. 질문마다 ‘더 알기’, ‘더 읽어보기’, ‘실천하기’ 등을 통해 교리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끈다. ‘요약’에서는 주제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짧고 명료하게 담아 답변의 핵심을 잘 파악하도록 돕는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15면

[일치 주간 담화] “형식적 만남 넘어 영적 일치와 우정 쌓자”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직제)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월 18~25일)을 맞아,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에페 4,4) 제목의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신앙과직제는 담화문에서 “올해 전 세계 교회는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영성과 만난다”며 “301년 세계 최초로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수많은 외침과 집단 학살이라는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십자가의 신앙’을 부활의 증거로 삼아온 그들의 역사는 오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에 관한 무관심과 물질만능주의, 양극화로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이 정체기를 맞았다는 우려를 전한 신앙과직제는 “진정한 일치의 동력은 외적 제도보다 시련 속에서 단련된 영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형식적인 만남을 넘어 삶의 고통과 신앙의 기쁨을 나누는 영적 우정을 쌓고, 교파의 울타리를 넘어 영적 일치와 우정의 에큐메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앙과직제는 “그리스도인의 일치가 ‘세상이 믿게 하려는’(요한 17,21) 선교적 과제이며 분열된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도구”라며 “혐오와 배제가 있는 곳에 환대와 사랑의 식탁을 차리고 화해의 사도가 되어야 하며, 기후 위기 앞에서 생태적 회심을 통해 녹색 순교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행동할 것”도 당부했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1면

“성직자 아닌 신자?…평신도 의미 조명” 「평신도 혹은 그리스도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60년, 평신도는 여전히 ‘성직자가 아닌 그 외의 신자들’로 정의되고 있다. 공의회는 평신도를 ‘하느님 백성’으로 명시하며 그 품위를 강조했지만, 교회의 가르침과 실천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감이 존재한다. 「평신도 혹은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현실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신도 신학은 정말 완성되었는가? 책은 신약성경 시대부터 현대까지 평신도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교부 시대와 중세를 거치며 교계와 평신도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굳어졌다. 중세에 평신도는 왕과 귀족으로 대표되는 권력자 평신도와 그 외의 백성으로 분할되었고, 대다수 신자는 교계 아래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로 남았다. 전환점은 종교개혁과 함께 찾아왔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평신도는 교회의 교황 중심주의에 반발했고, 믿는 이들의 공통된 품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근대에 들어 평신도는 사회와 교회에 동시에 속하며 자신의 직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계는 평신도에게 사도직에 협력할 것을 요청하며 평신도의 사명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평신도의 정체성과 자율성에 관한 논의는 부족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러한 성찰들을 종합해 평신도 신학을 재정립했다. 공의회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 분할 대신 ‘하느님 백성’이라는 공통 정의를 강조했다. 평신도의 세속적 성격이 인정되었고,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의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영향은 새 「교회 법전」과 1987년 시노드,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교회의 역사를 따라가며 평신도를 이해하는 일이 곧 교회를 이해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 흐름에 들어가다 보면 평신도의 자각 과정은 곧 교회론의 전개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평신도라는 주제는 교회론 총론, 교회와 사회의 관계, 사제 직무의 개념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라는 주제로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책은 결국 “평신도는 그리스도인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성직자와 평신도를 나누는 여러 논의, 평신도의 현세성이나 교계 구조를 둘러싼 구분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형성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며, 중심에는 언제나 공통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평신도는 성품성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일상의 자리에서 교회의 사명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다. 교회의 사명은 입문성사에서 시작되며, 각각이 지닌 은사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교계 구조에 참여하는 여부가 평신도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으며, 조직적 구조는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역할을 할 뿐이다. 특히 저자는 ‘종말’의 관점에서 평신도의 사명을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조건은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함’을 의미하며, 이는 교회의 신분 구조에 제한되지 않는다. 개인이 받은 은사나 직무를 통해 특화된 사명은 교회 밖에서도 드러나며, 평신도는 세상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의 여정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맡는다. 바로 여기에서 평신도에 대한 성찰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설명하기 위한 역사적·조직적 자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책은 평신도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제공한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15면

[새 책] 「한 사제의 묵주 기도」

저자 조정래 신부(시몬·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가 순례 여정에서 매일 묵주를 손에 쥐고 걸으며 떠올린 사색과 기도를 정리한 책이다. 로사리오의 의미와 실천 방식 그리고 각 신비의 단계별 묵상과 기도를 담았다. 순례길을 걷는 내내 저자는 묵주 알을 하나하나 넘기며 그리스도의 삶을 성모 마리아의 눈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책은 한 사제가 순례자로서 겪은 영적 여정의 기록이자, 기도 안에서 자신의 연약함과 마주한 고백록이기도 하다. 특히 진솔한 묵상과 기도 구절들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환희의 신비 4단을 바치면서 “내려놓지 못함은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고, 이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할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17쪽)라고 성찰하고, 고통의 신비 4단에서는 “주님, 제가 지고 있는 이 십자가의 무게는 당신을 얼마나 더 사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하소서”(29쪽)라고 기도한다. 이처럼 각 단의 묵상마다 저자 자신의 삶과 신앙 여정이 투영되어 있고, 순례길에서 건진 사유가 한 문장 한 문장에 스며있다. 조 신부는 집필 배경에 대해 “순례 여정 중 긴 시간 묵주기도를 계속 드리면서 걸었다”며 “그때 떠오른 묵상들을 정리해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 “묵상인지 상상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생각인지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각 신비의 한 단, 한 단마다 어떤 묵상을 해야 할지, 무슨 마음을 가져야 할지, 또 어떤 기도를 드리고 어떤 결심을 해야 할지를 정리해 보았다”고 밝혔다. 책에는 '묵주기도란 무엇인가?', '묵주기도를 바치는 방법', '묵주기도 주요 기도문' 등도 실어 기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발행일 2026-01-18 제3475호 15면

「바실리우스 규칙」…수도자에게 건네는 영적 해답 “복음을 따르라”

‘대(大) 바실리우스’(Magnus, 329/30~379)는 동방교회 4대 교부 중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초기 그리스도교 이단을 논박하며 니케아 신경을 옹호한 신학자이자, 금욕 생활의 개혁을 주도해 후대 수도승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수도 교부다. 특히 그가 남긴 규칙서들은 동방 수도 영성의 기준이 되었고, 서방 수도 전통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바실리우스의 규칙은 「도덕집」, 「소 수덕집」, 「대 수덕집」으로 나뉜다. 이번 책은 이 가운데 수도승 루피누스가 라틴어로 번역한 「소 수덕집」을 옮긴 것이다. 루피누스는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바실리우스 규칙’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루피누스의 번역본을 접한 베네딕토 성인도 자신의 「규칙서」에서 바실리우스 규칙서를 읽으라고 권고한 이후 서방 교회에서 「바실리우스 규칙」이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바실리우스 규칙은 「파코미우스 규칙」, 「아우구스티누스 규칙」과 함께 모든 고대 수도 규칙의 토대가 된 ‘모(母) 규칙’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교부학연구회의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제20권으로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 학술 논문이나 연구서에서 일부만 인용돼 온 「소 수덕집」을 처음으로 완역해 한국어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눈여겨볼 것은 「소 수덕집」과 「베네딕도 규칙」의 관계다. 베네딕토 성인은 자신의 규칙서 머리말에서 바실리우스가 영적 아들에게 건네는 권고를 떠올리게 하는 어조로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거룩한 사부 바실리우스의 규칙을 읽으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이 때문에 ‘「베네딕도 규칙」은 바실리우스와 더불어 시작하고 끝난다’는 말을 듣는다. 책에는 바실리우스가 주교의 보조 사제로 활동하던 시기, 여러 금욕 공동체를 방문하며 수도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전체 203개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조항과 명령을 나열하는 일반적인 규칙서와 달리 실제 신앙생활에서 제기되는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떻게 해야 완전한 겸손에 이를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죄를 미워할 수 있습니까?” 같은 물음은 오늘의 신앙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바실리우스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언제나 성경, 특히 복음을 기준으로 답한다. 그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는 ‘하느님 기억’이다. 그는 성경을 반복해 되새기는 삶을 통해, 신앙인이 일상에서 하느님을 의식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행일 2026-01-11 제3474호 15면

제주교구 복음화센터 공식 출범…‘시공간 뛰어넘는 영적 배움의 장’

제주교구 복음화의 새로운 전기가 될 ‘제주교구 복음화센터’가 공식 출범했다. 교구는 1월 1일 주교좌중앙성당에서 거행된 ‘교구 봉헌 미사’에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며 영적 재충전을 돕는 배움의 못자리 역할을 할 제주교구 복음화센터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복음화센터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교구민이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고 나누며, 이를 지역사회에서 실천하도록 돕는 온라인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특히 본격적인 시노달리타스 이행 단계에 맞춰 추진하는 교구의 핵심 사업으로,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복음화센터 발족은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의 사목 구상에서 비롯됐다. 급변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더 쉽게 이해하고, 이를 각자의 삶과 현실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복음화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구조’다. 특정 건물에 상주하지 않고, 줌(Zoom) 등 온라인 화상회의를 기본 운영 방식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교구 안팎 신자들은 물론, 교회의 가르침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연다. 필요에 따라 국제적 이슈나 국가적 담론, 지역 현안을 주제로 한 오프라인 연수나 토크콘서트도 병행할 예정이다. 운영 방식 또한 기존의 교육 기관과는 차별화된다. 특정인이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다른 이들이 듣는 구조가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질문과 이해를 가지고 대화와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교회의 가르침을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내용’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복음화센터장 황태종 신부(요셉·김기량본당 주임)는 “교회 가르침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나 새롭게 직면한 사태를 계시 진리에 입각해 세상에 내놓은 문헌인데, 그 중요성에 비해 신자들의 접근성과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며 “또한 관심을 두고 찾아 읽더라도, 함축적 단어와 딱딱한 표현으로 쓰인 교회 문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황 신부는 “복음화센터 출범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청하는 신앙’을 넘어,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신앙’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교회문헌을 어렵게 여기기보다, 교회가 이 시대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께 깨닫고 실천하는 여정에 동행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사에서 교구는 교구 전체를 주님과 성모님께 봉헌하며, 젊은이와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 생태적 회심,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을 2026년 주요 사목 지향으로 삼았다. 미사 중에는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펴낸 신앙 수기집 「빛을 들고 온 사람들」 봉헌식도 열렸다. 책은 1933년부터 제주 선교를 시작해 교구의 초석을 놓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사제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평신도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

발행일 2026-01-11 제3474호 2면

[주님 세례 축일 특집] ‘물’은 어떻게 세례의 표징이 되었나

주님 세례 축일(1월 11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받은 사건을 기념한다. 복음서는 이 축일의 중심 장면으로 예수의 세례를 전하며, 이 장면을 통해 예수의 정체성과 구원 사명이 공적으로 드러났음을 증언한다. 이날 교회는 또한 세례성사에서 사용되는 ‘물’이 지닌 의미를 함께 바라본다. 물은 창조와 정화, 경계를 상징해 온 자연 요소이지만, 예수의 세례 사건을 거치며 교회 안에서는 구원의 은총을 드러내는 성사적 도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물이 어떻게 세례성사의 표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구약·신약에 나타난 ‘물’의 의미 구약에서 물은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 요소이면서, 동시에 심판과 경계를 드러내는 실재로 나타난다. 창세기는 혼돈 위에 물이 있고, 그 위를 하느님의 영이 감돌고 있다고 전한다.(창세 1,2 참조) 이 대목에서 물은 창조 이전의 상태를 드러내는 배경일 뿐이다. 탈출기에서 홍해의 물은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 상태에서 해방으로 넘어가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경계로 제시한다.(탈출 14장) 구원을 이루는 힘은 물 자체가 아니라, 바다를 가르시는 하느님의 행위로 볼 수 있다. 예언자 에제키엘이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에제 36,25)고 선포할 때도, 물은 하느님께서 새 마음과 새 영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신약에 들어서 물은 세례자 요한의 활동을 통해 예식의 중심에 놓인다. 요한은 요르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죄의 용서를 촉구했다.(마르 1,4 참조) 그러나 요한은 자신의 세례가 궁극적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것입니다.”(마르 1,8) 물이 세례의 표징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 사건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536항은 예수의 세례를, 죄 없으신 분이 죄인들과 하나 되시어 당신의 구원 사명을 시작한 사건으로 설명한다. 이와 함께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실 때, 예수님과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물이 거룩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이처럼 물은 본래 회개와 정화를 표현하는 요소였으나, 예수의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와 연결되면서 교회의 세례성사에 사용되는 징표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이해는 물로 세례받는 신앙인들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세례를 ‘물로써 그리고 말씀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라고 정의한다.(1213항 참조) 또 신앙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성사적으로 결합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속죄하는 신비 안으로 들어가야 하며, 예수님과 함께 물에 잠겼다가 그분과 함께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하는 자녀가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537항) 전례 안에서 드러나는 물의 표징성 이처럼 물은 세례성사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찍이 물을 축복함으로써 그 의미를 부각했다. 「전례사목사전」에 따르면, 200년경 아프리카의 교부 테르툴리아누스가 「세례에 관하여」에서 세례수 축복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물의 축복을 특별히 강조했던 치프리아노 성인은 “세례 때 세례자들이 죄를 씻어 없애 줄 수 있도록 물은 먼저 사제에 의해 청결하게 정화돼야 한다”고 했다. 최초의 세례수 축복문은 4세기 중반 발행된 「찬미 기도문」과 「히폴리토의 법령집」에 나온다. 이전에는 세례성사를 거행하는 날로 고정되었던 주님 부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에만 세례수 축복이 거행됐으나, 현재는 부활 시기와 세례성사를 거행하는 모든 때에 세례수를 축복해서 세례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한편, 성수와 세례수는 구별된다. 세례수가 세례성사 때 물로 씻는 예식에 사용되는 축복된 물이라면, 성수는 ‘하느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제가 축성한 물’로써 전례의 여러 부분에 사용된다.

발행일 2026-01-11 제3474호 12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