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가난의 대물림’ 낳는 구조적 빈곤…“근원적 해결책은 교육”

박주현
입력일 2026-03-11 08:35:38 수정일 2026-03-11 08:35:38 발행일 2026-03-15 제 348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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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국제개발협력사업 ‘아동·청소년 교육 지원’의 필요성 진단
‘미취학’ 학령기 아동·청소년, 저소득 국가 대부분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17개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가운데 네 번째 목표인 SDG4는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평생학습 기회 증진을 명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사회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서는 끊임없는 분쟁과 폭력, 구조적 빈곤과 재난으로 수많은 아동·청소년이 배울 권리를 빼앗긴 채 가난과 고통을 대물림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 가운데 아동·청소년 교육 지원이 지니는 중요성을 짚어보고, 한국교회 국제개발협력 주체들의 실천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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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한국희망재단의 도움으로 토착어로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방글라데시 소수 부족 아이들. 한국희망재단 제공

유혈 사태, 구조적 빈곤… 학교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

2023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억7200만 명의 아동·청소년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학령기임에도 미취학 상태인 비율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3%에 불과하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36%에 이른다.

국가 간 소득 격차로 인한 교육 불평등은 세계 곳곳의 분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란, 시리아, 예멘, 남수단, 콩고, 미얀마 등 50개 이상 국가에서는 유혈 충돌로 학교가 파괴되거나 휴교와 수업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이후 유혈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최소 8만9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졌던 카친주에서도 군사 충돌이 확산되면서 공교육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주민들은 임시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군부의 폭격을 피해 산과 강가로 수시로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희망재단이 센터를 세워 지원했던 장애 아동 특수교육 프로그램도 이러한 이유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구조적 빈곤으로 학업을 포기한 아동·청소년의 현실도 심각하다. 라오스 후아판주 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후아판주 내 고등학생 1만7921명 중 50% 이상이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거의 없어 많은 청소년이 수도 비엔티안이나 인접국에서 가사도우미 등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세계 10대 차 생산국인 방글라데시는 차 재배 지역 학생들의 학업 단절이 심각하다. 부모들이 장시간 농장에서 일하면서 아동 보호와 초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국제노동기구 조사에 따르면, 차 재배 가구의 63%는 근무 시간 동안 6세 미만 아동을 방치하고 있으며, 28%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12세 미만 형제자매가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다. 빈곤이 세대를 넘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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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7일 필리핀 리살주 산마태오군에 평화삼천이 세운 ‘반올림희망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평화삼천 제공

‘배울 수 있게, 대물림을 끊을 수 있게’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다. 유네스코 ‘글로벌 교육 모니터링 보고서(GEM)’에 따르면 모든 학생이 기초적인 읽기 능력을 갖춘 채 학교를 졸업할 경우 약 1억71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세계 빈곤율도 약 12%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국에서 진행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 가운데서도 아동·청소년 교육 지원은 중요한 분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교회 국제개발협력 주체들도 아동·청소년 교육 지원을 우선순위로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국희망재단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9개국에서 교육 접근성 확대, 방과 후 학습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 취약 청소년과 미성년 한부모 역량 강화, 성평등과 아동 권리 보호, 지역사회 인식 개선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과 분쟁으로 교육 기반이 무너진 지역에서는 학교와 기숙사를 건립해 기본적인 교육 환경을 마련하고, 교사 양성과 성평등 교육, 직업기술 교육 등을 통해 교육의 질과 지속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우간다에서는 2021년 3월 여성 직업 기술 교육훈련센터인 ‘우간다 요셉학교’를 개교해 7개 직업 기술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목공, 건축, 금속가공, 태양광 등 기존에 남성 중심이던 분야에 여성 참여를 확대해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아동 결혼과 청소년 임신 문제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2025년에는 취업지원센터와 건축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졸업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차 재배 지역에는 커뮤니티 기반 보육 센터도 설립하고 있다. 1~6세 아동 180명을 대상으로 안전한 돌봄 환경과 기초 학습, 영양 관리,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 노동의 악순환을 근절하며 교육 출발선의 격차를 완화하는 예방적 개입이다.

사단법인 평화삼천은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에서 20여 개 학교를 지원하며 교육 환경 개선과 학습 지원, 직업교육 기반 조성에 힘쓰고 있다. 공교육에서 소외된 아동·청소년을 발굴해 지역 상황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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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5일 평화삼천이 지원하는 베트남 까마우성 한베직업전문대학에서 학생들이 컴퓨터그래픽 수업을 받고 있다. 평화삼천 제공

필리핀 리살주 산마태오군 빈민 밀집 지역에 세운 ‘반올림희망학교’는 학업이 중단된 아동·청소년들에게 기초 학습과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공부방을 넘어 성 착취 등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졸업생들은 후배들의 멘토가 되거나 평화삼천이 진행하는 치과 의료 봉사 활동에 참여해 환자 모집, 접수, 통역 등을 맡고 있다. 일방적 수혜자 이상의 세계시민으로, ‘받는 사람’에서 ‘나누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선순환이다.

평화삼천은 창립 20주년을 맞은 2023년을 기점으로 청소년·청년의 실질적 자립을 위한 기술교육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까마우성 한베직업전문대학에는 컴퓨터그래픽 교육 과정을 도입했고, 라오스 후아판주에는 기술교육센터를 설립해 재봉과 IT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희망재단과 평화삼천은 정부나 대형 NGO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희망재단 이사장 서북원(베드로) 신부는 “우리의 사명은 가난과 장애, 분쟁,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혹은 학교가 멀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다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삼천 운영위원장 박창일(요한 사도) 신부는 “평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연결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현지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구촌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