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7 서울 WYD 로고 디자인한 진수현 씨
가장 한국적인 것 담기 위해 노력
프로젝트 통해 가톨릭 정신 배워…‘연대’ 중요성 강조하는 모습에 감명
지난 9월 24일 교황청 공보실이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와 공식 로고를 발표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는 표어와 더불어 선보인 로고는 한국적인 분위기 속에 성령 위에 하나 된 서울과 전 세계의 청년을 형상화했다 ‘서울’이라는 붓글씨에 태극기의 색이자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청년의 푸른색이 어우러진 십자가, 십자가 중심의 성령을 표현한 노란 빛이 한눈에 들어 온다.
로고 작업은 홍익대학교 환경미술연구소 교수진과 학생들이 참여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연구소 연구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진수현 씨 디자인이 최종 선정됐다. 비신자인 진 씨는 “가톨릭 신앙 배경이 없는 비신자이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가톨릭교회와 그 정신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로고는 ‘WYD의 의미를 한국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WYD를 모르는 이들도 ‘서울’이라고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을 활용해 역대 로고들과 다르게 읽을 수 있는 글자 형태 로고’라는 의견도 모았다. “좋은 평가를 들을 때마다 WYD 로고가 단순한 디자인 결과물을 넘어,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실감한다”는 진 씨는 “무엇보다 제가 한 작업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면이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던 진 씨는 로고를 디자인하며 “‘한국, 서울’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한글’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글자 속에 W, Y, D와 십자가를 표현했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직관적으로 동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의 전통 붓글씨로 표현했다.
“WYD 로고는 다른 로고들보다 특히 상징성이 강하다고 생각했다”는 진 씨. 그래서 “무엇을 표현하고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고 밝혔다. 최종 선정된 로고를 디자인할 때는 모든 것들을 제쳐놓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WYD 서울 개최 발표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제 서쪽 유럽에서 동쪽 끝으로 가라’고 했던 부분에 착안했다. 그런 고심 끝에 도달한 결론은 “가장 동쪽다운, 가장 한국적인 것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가톨릭교회를 잘 몰랐지만, 이번 작업을 계기로 가톨릭의 교리, 특히 공동체와 사랑, 희망의 메시지에 대해 새롭게 배우게 됐다”고 전한 진 씨는 “비신자인 제가 만든 로고를 선정해 주시고 포용해 주신 점이 놀랍고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청년들과 함께 소통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에서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진 씨는 “같은 청년으로서 주제 성구 또한 신앙을 넘어 전 세계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말로 생각됐다”며 “작품의 모티브가 됐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겸재가 청년 시절부터 친구였던 이병연 시인의 병이 낫기를 원하며 그린 것인데, 그처럼 이번 WYD가 전 세계 청년들이 서로 공감하며 상생과 화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YD는 전 세계 청년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하나 되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제가 만든 로고가 그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