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인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 바탕으로 청력 잃은 좌절 속에 완성 사람 목소리 더한 최초 교향곡…서울·경주 등 전국 곳곳서 공연
12월 연말연시를 맞아 악성(樂聖)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클래식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합창>은 1824년 완성된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는데, 당시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줬다.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구성하던 교향곡에서 벗어나 사람의 목소리까지 결합한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혁명적인 시도는 교향곡은 물론 클래식 음악의 폭을 확장했고, 후대 작곡가 바그너, 브루크너, 브람스, 말러 등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합창>은 1~3악장 오케스트라 연주를 거쳐 하이라이트 4악장에 이른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네 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1785년)에서 따온 것이다.
청년 시절 베토벤은 인류애와 평화, 자유 등의 의지를 담은 이 시를 마음에 품었다. 30여 년이 지나 오래 간직해 온 시를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완성했다. 청력을 상실한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시의 순서를 바꾸고, 임의로 일부 구절을 추가하며 희망을 표현했다.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좀 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온 인류여, 서로 포옹하라! 온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합창으로 본래 베토벤이 붙인 표제 ‘실러의 송가 〈환희에 부침〉에 의한 종결합창을 수반한 관현악, 독창 4부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제9번’ 대신 <합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8년 12월 31일 열린 ‘평화와 자유에 바치는 콘서트’에서 지휘자 아우트루 니키쉬는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했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에 열린 음악회에서도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합창>이 울려 퍼졌다.
유럽에서 희망과 인류애의 상징으로 연주돼 온 <합창>이 국내 클래식 공연계의 연말 단골 레퍼토리가 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 교향악단으로 차츰 퍼져 나갔다.
올해는 ▲19~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9일 충남교향악단이 당진문예의전당, 경주시립합창단·포항시립합창단이 경주예술의전당 ▲20일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대전예술의전당, 강릉시립교향악단이 강릉아트센터 ▲21·22·24일 KBS교향악단이 롯데콘서트홀, 천안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 ▲27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부천아트센터에서 연주해 전국에서 <합창>을 감상할 수 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